계절 3

12월의 편지

드디어 시작되었어요 그분을 기다리는 설레임... 가슴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는 이 계절을 경축합니다. 저는 이 성탄의 계절이 오면 항상 기대에 들뜨곤 합니다. 사순절 못지않게 대림절 기간 동안 나름의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요 그러나 정작 우리가 축하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이 설레임의 근원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요? 힘들고 고단했던 날들이 아름답게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지리라는 희망, 새로이 태어나리라는 희망이 제 안과 밖을 돌아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설레임이 아직도 오지 않은 성탄의 들뜸으로 이어지지 않고, 지금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저의 영혼에 숨을 불어넣어 주면 좋겠습니다. 주님은 제가 만반의 태세로 서 있지 않아도 오실 것 같아요. 그렇다고 흥청망청 불을 밝힐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미련한 처녀..

Diary/Diary 2007.11.28

눈을 감고 느끼는 가을

우리는 산과 들이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계절의 변화를 아는 것이지요. 하지만 보이지 않아도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 신호가 있습니다. 자장가 같은 귀뚜라미 소리, 온몸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 햅쌀로 지은 고슬고슬한 밥맛, 길가 은행나무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 바스락거리는 낙엽의 감촉... 눈을 감고 느끼는 가을은 화려하진 않지만 멋진 풍경 못지않게 신비하고 아름답습니다.

Diary/Diary 2007.11.06

계절도 사랑 같아요

계절도 사랑 같아요. 어쩜 그렇게 싸악 얼굴 바꾸고 돌아서는지... 언제 뜨겁게 사랑했던 적이 있냐고 우리가 했던 게 사랑이라는 거 맞느냐고 그토록 쌀쌀맞은 뒷모습을 보이는지. 계절도 인생 같아요. 겅중겅중 건너뛰는 법이 없거든요. 밟고 가야 할 발자국 하나씩을 또박또박 밟으며 걸어가듯이 내릴 비 내릴 만큼 내려야 하고 거친 바람 불 만큼 불어야 하고 뜨거울 만큼 뜨거워야 하고 그런 후에야 비로소 하나의 계절을 거두어들어기든요. 계절도 핑그르르 돌아서는 우리들 마음 같아요. 창문을 활짝 열라고 했다가 또 닫으라고 하거든요. 닫아둔 창문 밖에서 우수수 바람소리도 내고 닫아건 창문 밖에서 나직한 울음소리도 내거든요.

Diary/Diary 2007.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