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7

아름다운 당신께 가을은 외롭답니다.

가을은 외롭답니다. 그래서 지독한 사랑에 빠진답니다. 나무들은 훌훌 옷을 벗으며 가을볕을 듬뿍 끌어안고 햇살은 훌훌 비늘옷을 벗어던지며 바람을 가득 품어 안지만 가을에는 햇볕도 외롭답니다. 그래서 바작바작 가슴을 태운답니다. 가을에는 바람도 외롭답니다. 그래서 자꾸만 이리저리 쏘댕긴답니다. 가을에는 누구나 외롭답니다. 다만 가을이라서 외롭답니다. 가을볕도 외롭다고 갈바람도 외롭다고 나무들도 외롭다고 그래서 아무나 다 외롭답니다. 가을나무들은 훌훌 옷을 벗지만 가을사람들은 옷깃을 여민답니다. 가을이라 외로워서 외로움을 들키고 나면 더 깊숙하게 외로워질까 봐 자꾸만 옷깃을 여민답니다. 외로움도 하나의 상처랍니다.

Diary/Diary 2007.11.14

아름다운 당신과 함께 강물처럼 유유히

강가의 나무들은 강물 따라 흐르고 싶은가 봐요. 자꾸만 손 내밀어 바람을 잡으려고 흔들거려요. 바람과 함께 강물 따라 흐르고 싶은 나무들의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우수수 바람 소리가 나거든요. 강가의 불빛들은 강물 따라 깊어지고 싶은가 봐요. 어둠이 짙어질수록 불빛들의 그림자도 깊숙해지거든요. 물결이 흔들릴 때마다 불빛들도 함께 흔들리면서 자꾸만 깊어지고 또 깊어지거든요. 강가의 연인들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마음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가 봐요. 강물이 흘러가듯이 사랑도 흘러가고 마음도 따라 흘러갈까 두려워 서로의 손을 꼬욱 잡고 걸어요. 강가의 나무들이 바람 따라 흔들리고 강가의 불빛들이 어둠처럼 깊숙해질 때 강가의 연인들은 다정히 손을 잡고 마음을 기대며 강물 따라 유유히 흐르고 또 흘러가고 있어요.

Diary/Diary 2007.08.28

행복의 원리

봄이 깊어갑니다. 꽃은 떨어졌고 잎은 짙어가며 열매들은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많은 나무 중에 어떤 나무도 때를 거슬리거나 욕심을 부리거나 불평을 하지 않습니다. 주어지는 하루하루를 새로워하며 온 힘을 다해 자랄 뿐입니다. 지난 겨울의 아픔은 어디에도 없고 다가올 가을의 슬픔도 모릅니다. 오직, 자기의 자리를 지키면서 무엇을 잃을까를 염려하기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만 찾고 있습니다. 행복이란 나무의 봄날 같습니다. 내게 있는 것 안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내게 없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돌려 지금 내게 있는 것에 감사하며 그것으로 내일을 만들어가는 기쁨입니다.

Diary/Diary 2007.05.24

엽흔을 아시나요?

산에 갔더니 아, 어느새 진달래가 다 지고 없어요. 연분홍으로 맺힌 슬픔이 진분홍으로 멍울져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릿해지던 진달래는 이제 꽃잎 대신 파릇한 잎새들로 가득하고 거기 꽃이 피었다는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엽흔을 아시나요? 잎이 떨어진 나무, 그 나뭇가지에서 잎이 떨어진 흔적을 엽흔(葉痕)이라고 부른답니다. 나뭇가지마다 잎이 떨어진 흔적에서 하늘 닮은 푸르름을 손으로 어루만질 수 있듯이 꽃이 진 흔적에서도, 꽃이 피어나던 순간의 눈부신 설렘과 기쁨을 되새길 수 있습니다. 나무에도 엽흔이 있고 나뭇가지마다 꽃이 진 흔적이 있듯이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도 수많은 흔적들이 남아 있어요. 그건 추억이기도 하고 상처이기도 하고 세월의 멍울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마음 안에 남은 잎이 떨어진 자리..

Diary/Diary 2007.05.11

나무는

시작할 줄 알고 공짜로 받지 않고 약속을 지킬 줄 안다 동토에서 찬바람과 혈투를 벌이면서 연하디연한 꽃을 피운다 만신창이 육신을 훌훌 떨고 속좁은 텃새에게 품을 열어 주고 봉정만리 오가는 후조에게도 쉼터를 준다 무너져내리는 토양을 부여잡고 목마름을 달래며 탐스런 열매를 키우고 때마다 고스란히 떠나 보내고도 서러워하지 않는다 찬란한길 원하지 않고 고마움을 배풀 줄 아는 넌 참으로 사람보다 낫다

Diary/Diary 2007.04.17

칭찬

가뭄이 계속되자 채소들이 기진맥진합니다. 나무는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어 가뭄에도 견뎌내지만 어린 채소들은 조금만 가물어도 헐떡입니다. 뿌리가 얕은 채소가 있는 것처럼, 우리네 삶에도 뿌리가 얕은 경험, 실력, 생각이 있습니다. 꾸짖고 무시하기보다는 칭찬하고 격려하면 더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물을 먹고 힘을 내어 일어선 채소들이 식탁을 풍성하게 하듯이 칭찬을 먹고 일어난 사람들이 내 삶의 기쁨과 희망이 되지 않을까요? 2007/03/27 - [자료 활용/좋은 생각] - 아름다운 당신께 바람의 속삭임을 전합니다 2007/03/23 - [자료 활용/좋은 생각] - 다른 문은 반드시 열린다 2007/03/07 - [자료 활용/좋은 생각] - 세상에서 가장 좋은글...............♡

Diary/Diary 2007.03.29

하늘 나무

푸른색은 신성한 하늘과 생명의 원천인 물의 색으로 생명의 근원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생명의 근원인 푸른색을 사계절 잃지 않는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소나무입니다. 본초강목에서는 소나무를 나무 중에 가장 오른이라 소개합니다. 그래서일까 소나무 숲에 가면 그 기상에 마음과 몸을 고쳐 잡게 됩니다. 하늘 높이 푸른 가지를 뻗고 있는 소나무 한그루를 올려다 봅니다. 그 위용이 어찌나 당당한지 경외심을 갖습니다. 감히 그 이름을 하늘 나무라 부르고 싶습니다. 봄의 매화, 여름의 난초, 가을의 국화. 겨울의 대나무는 군자의 기품을 닮았다고 해서 사군자라 불렸는데 사계절 푸른 소나무를 중심에 두어 오군자라 부르기도 합니다.

Diary/Diary 2007.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