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기 3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멋진 기도문을 한편 보내 드립니다. 멋지게 나이가 들어가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큼 가치가 있는 글입니다. 물론 젊은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 늙어 버릴 것을 저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에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

Diary/Diary 2008.05.09

산중일기 from 최인호 - 2

1. 젊었을 때는 수많은 선배들을 만났으며 또 친구들을 사귀었고, 나이가 들어서는 나를 형이라고 부르는 고마운 후배들을 사귈 수 있었다. 그러나 내게는 이상한 결백증이 있었다. 사람과 친해져서 하루라도 못 보면 못 살 것 같은 우정의 열정이 연애 감정처럼 솟구쳐 올라도 곧 마음 한구석에서는 부질없다, 부질없는 일이다. 하고 이를 부정하는 마음이 자리 잡곤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벗을 사귀고 또한 남에게 봉사한다. 오늘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그런 벗을 만나기 어렵다. 자신의 이익만을 아는 사람은 추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 26세로 요절한 일본의..

Diary/Diary 2008.05.06

산중일기 from 최인호 - 1

1. 고 3인 아들이 동생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낯익은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할 때 낯익혔다고 해도 아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로 시험을 보면 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부를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그 말 한마디가 요즈음 내 마음 속에서 하나의 화두로 살아 움직이고 있다. 2. 나는 요즘 천천히 글을 쓰고 싶다. 이것은 요즈음의 인생을 설계하는 내 자신의 간절한 소망이다. 나는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써 내리는 글을 쓰고 싶다. ... 내가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마치 옛날의 스님들이 경판을 새길 때 한 자의 글을 새기고 절을 삼배 올리고, 한 권의 경전을 새기고 목욕재계하였던 것처럼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

Diary/Diary 2008.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