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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당신께 바람의 속삭임을 전합니다

To. 아름다운 당신께 '아름다운 당신께 바람의 속삭임을 전합니다' 바람이 때로는 인생 같아요. 보이지도 않게 흐르듯 스쳐 지나가다가 문득 냉엄한 표정으로 다그치기도 하고. 뼛속까지 아프게 파고들 때도 물론 있지만 고단한 상처를 살살 어루만져 주기도 하거든요. 남실바람, 산들바람...바람에게는 이름들도 참 많아요. 이름이 많다는 것은 붙여진 이름의 수만큼이나 얼굴과 목소리가 다르고 다채롭다는 것이겠지요. 바람의 생이 다채롭다는 것은 그만큼 하고픈 말들이 쌓인다는 것이기도 해요. 바람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아도 나직한 목소리로 무언가 말을 건네며 지나갑니다. 구름이 무심히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부드럽게 변하는 표정으로 많은 이야기를 건네듯이, 바람도 그러해요. 개나리 샛노란 꽃잎 위를 ..

Diary/Diary 2007.03.27

차 한잔의 가르침

열아홉의 나이에 장원급제한 뒤 파주 군수가 된 맹사성은 부임하자마자 고을에서 이름난 선사를 찾아갔다.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입니까?" 사실 맹사성은 선사 앞에서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뽐내고 싶었다. 선사는 담담히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배풀면 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맹사성은 거만하게 한마디를 내뱉으며 일어났다. "그건 누구나 아는 것 아니오!" 선사는 그를 붙잡더니 차 한잔을 대접했다. 그런데 맹사성의 잔에 찻물이 철철 넘치도록 따르는 것이 아닌가. 맹사성이 소리쳤다. "찻물이 방바닥을 적시고 있습니다. 그만 따르시지요." 하지만 선사는 차를 계속 따르며 말했다. "군수는 어찌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Diary/Diary 2007.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