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3

아름다운 당신께 가을은 외롭답니다.

가을은 외롭답니다. 그래서 지독한 사랑에 빠진답니다. 나무들은 훌훌 옷을 벗으며 가을볕을 듬뿍 끌어안고 햇살은 훌훌 비늘옷을 벗어던지며 바람을 가득 품어 안지만 가을에는 햇볕도 외롭답니다. 그래서 바작바작 가슴을 태운답니다. 가을에는 바람도 외롭답니다. 그래서 자꾸만 이리저리 쏘댕긴답니다. 가을에는 누구나 외롭답니다. 다만 가을이라서 외롭답니다. 가을볕도 외롭다고 갈바람도 외롭다고 나무들도 외롭다고 그래서 아무나 다 외롭답니다. 가을나무들은 훌훌 옷을 벗지만 가을사람들은 옷깃을 여민답니다. 가을이라 외로워서 외로움을 들키고 나면 더 깊숙하게 외로워질까 봐 자꾸만 옷깃을 여민답니다. 외로움도 하나의 상처랍니다.

Diary/Diary 2007.11.14

햇살에게 맡기다

보송보송하다는 말을 입안에서 가만히 중얼거리다 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온 몸과 마음이 해맑아지고 손가락 끝까지도 보송보송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가볍고 개운해집니다. 가을볕 받으며 느릿하게 휘늘어진 빨랫줄에 바람과 함께 눈웃음 날리고 있는 하얀 빨래자락 맑은 물방울이 똑똑 떨어져 흐르는 새하얀 빨래의 옷소매 끝에서 햇살이 바람개비처럼 손을 흔들어댑니다. 다 맡기라고 근심 걱정 모두 모아 아낌없이 맡기고 하하 웃으라고 햇살이 정겹게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바작바작 온몸을 말리고 알뜰알뜰 마음까지 펴 말려서 나른해지고 평안해지고 평온해지라고 햇살이 환한 미소를 보냅니다. 다 맡겨 볼까요? 살며시 눈을 감고 송두리째 마음을 맡겨 봅니다. 재잘대듯이 눈꺼풀을 간질이는 햇살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

Diary/Diary 2007.10.01

아름다운 당신께...들꽃이 전하는 말

내 이름을 모른다구요? 괜찮아요. 미안해하지 마요. 당신이 내 이름을 몰라서 다정히 불러주지 못한다 해도 나는 이미 한 송이 꽃이거든요. 미안한 마음에 손 내밀어 어루만져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미안해하는 당신 마음이 이미 내 마음에 닿았으니까요. 그 마음이 사랑이 아닌 애잔한 연민이라 할지라도 나는 정말 괜찮아요. 이름 없는 단 한 송이 꽃이라 해도 나는 이미 곱디고운 꽃이니까요. 지나는 바람이 산들거리며 나와 친구해 주고 눈부신 햇살이 보송보송 나와 친구해 주고 빛나는 밤별들이 다정하게 내 고단함을 어루만져 주니까요. 그리고 당신 마음이 이미 내 안에 닿았으니까요.

Diary/Diary 2007.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