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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이야기

미소띠움 2008. 6. 11. 13:40


피터 드러커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고향인 오스트리아의 빈을 떠나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면제품 수출 회사에 견습생으로 입사했다. 당시 그는 열여덟 살도 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요구에 따라 함부르크 대학에 등록했지만, 학교에는 거의 나가지 않고 견습생 일에 더 몰두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오페라를 관람했다. 함부르크 오페라는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유명했다. 견습생이었기에 돈은 별로 없었지만 다행히 대학생은 오페라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개막 한 시간 전에 극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막이 오르기 10분 전까지도 팔리지 않은 제일 값싼 좌석이 대학생에게 무료로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페라를 관람하던 어느 날, 피터 드러커는 19세기 이탈리아의 위대한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를 보았다. 베르디가 1893년에 작곡한 최후의 오페라 <폴스타프>였다. 지금은 베르디의 오페라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지만 그 당시에는 잘 연주되지 않던 곡이었다. 가수들도 청중들도 모두 그 곡을 어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러커는 <폴스타프>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날 그가 느꼈던 감동은 수십 년 후까지 생생하게 이어졌다.
<폴스타프>를 관람한 후 집에 돌아와 자료를 찾아본 그는 깜짝 놀랐다. 그토록 유쾌하면서 인생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활기가 넘치는 오페라를 작곡한 사람이 여든 살의 노인이라니! 열여덟 살이었던 그는 여든 살이라는 나이를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당시 평균 수명은 쉰 살 정도였기에 여든 살은 흔한 나이가 아니었다. 그는 베르디가 쓴 글도 읽었다. 누군가로부터 "19세기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미 유명인이 된 사람이, 엄청나게 벅찬 주제를 가지고 더구나 그 나이에 왜 굳이 힘든 오페라 작곡을 계속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베르디는 이렇게 썼다.
"음악가로서 나는 일생 동안 완벽을 추구해 왔다. 완벽하게 작곡하려고 애썼지만,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는 분명 한 번 더 도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베르디의 이 말을 평생 잊지 않았다. 베르디는 열여덟 살에 이미 뛰어난 음악가였지만 피터 드러커는 장차 무엇이 될지 생각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젊은이였다. 성숙하지 못한 풋내기였고 나약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30대 초반이 되어서야 드러커는 자신에게 어떤 소질이 있는지, 자신이 어디에 속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때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하든지 베르디의 교훈을 인생의 길잡이로 삼겠다고 결심했다. 나이를 더 먹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정진하리라고 굳게 마음먹었다. 살아가는 동안 완벽함은 언제나 자신을 피해갈 테지만, 자신은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리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는 아흔다섯 살을 일기로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왕성하게 집필했다. 사람들에게서 "저술한 책 중에서 어느 책을 최고로 꼽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바로 다음에 나올 책이지요."
그것은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베르디가 여든이라는 나이에도 늘 자신을 피해 달아나는 완벽함을 추구하면서 오페라를 작곡했던 심정으로, 피터 드러커 역시 자신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앞으로 나올 책들이 과거에 나왔던 책들보다 더 나을 것이고, 더 중요한 책으로 읽힐 것이며, 그리고 조금이나마 더 완벽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 호아킴 데 포사다 p16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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