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띠움

지혜 본문

Diary/Diary

지혜

미소띠움 2010. 1. 17. 15:50

어제 대학 졸업을 앞둔 여학생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훗날 배우자를 고를 때면 꼭 성품(character)을 잘 살펴보세요.
사람의 성품이란 잘 바뀌지 않거든요."

상추농사로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데 성공한 장안농장의 류근모 사장의 글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1. 협력농장을 심사할 때 가장 중시하는 항목이 있다. 바로 성품이다.
나는 10년 동안 마음을 수련하는 것보다 부모님에게
좋은 성품을 받고 태어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참을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10년 수련도 도로아미타불.
기껏 10년간 참선하고 도를 닦아도 막상 화가 나면 욕부터 나오는 사람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간혹 성직자 가운데도 듣기 민망한 소리를 할 때가 있다.
타고난 성품은 30년을 수련해도 바뀌지 않는다.

#2. 농부에게도 성품이 있다. 농부가 성품이 좋아야 채소 맛도 좋아지기 때문.
나쁜 마음으로 기른 채소는 질기고 맛이 없다.
이런 채소 아무리 먹어봐야 몸에 좋을 리가 없다.
채소를 기르는 사람이 너그럽고 기쁜 마음을 지닐 때
그 채소 역시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채소로 자란다.
특히나 유기농 재배는 자신의 양심을 걸고 하는 일이므로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

#3. 나름 유기농에서 자리를 잡아가자 전국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농법을 배우겠다고 나를 찾아왔다.
그런데 지금 어디 있는가?
성공한 사람이 왜 이리 적은 것일까?
다들 농사말고 다들 딴데 정신이 팔려서 그런 것이 아닌가?
선배 농업인들이 어떻게 몰락하게 되었는지 그 모습이 떠올랐다.

#4.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정신이 벌쩍 들었다.
처음 이해국 형님에게 유기농으로 쌈 채소를 재배하는 방법을 배우던 시절을 잊었는가?
그 형님에게서 받은 가르침을 벌써 잊었는가?
"농부는 낮아져야 하네. 위로 보지 말고 자신을 낮춰야 돼."

#5.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농업에도 실패의 패턴이 있다.
처음에는 죽으라고 농사도 짓고 공부를 한다.
열심히 한 만큼 성과가 따르므로 얼마 뒤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받고, 상패도 받는다.
그러다 보면 하루 이틀 농사일을 미루게 되고,
끝내 농사일은 뒷전이요. 가욋일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6. 농사 때문에 알려진 이름인데, 농사가 뒷전이니, 더 이상 강의할 것도 없고,
더 이상 취재할 것도 없을 뿐 아니라 이제는 농사도 다시 짓기 힘들다.
손쉽게 돈 버는 방법과 명예를 누렸던 사람이 다시 흙은 만지면서 살 수 있겠는가.

#7. 나는 수없이 많은 농업 선배들이 어떻게 자신을 망쳤는지 지켜봤다.
정치에 열중하다가, 공짜를 바라다가 끝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삼천포로 빠져버린 사람들을
숱하게 보았다.
"아, 내가 초심을 잃었구나.
내 본분을 망각했구나. 나는 농사꾼이다.
방송이나 강의는 내가 할 일이 아니다."

-출처: 류근모, <상추CEO>, pp.171-22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