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띠움

아주 특별한 일요일 본문

Diary/Diary

아주 특별한 일요일

미소띠움 2007. 9. 21. 16:27

아주 특별한 일요일

세네갈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말라리아를 예방하다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6월의 일요일 이른 아침. 평소 같으면 텅 비어 있어야 할 도웅가 우로 알파 초등학교 운동장은 학생들로 가득차 있었다. 책가방 대신 플라스틱 백을 든 아이들의 표정은 다소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교실 안에서는 교사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이 곳은 서아프리카 세네갈의 북동부 마탐지역의 한 시골마을.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모리타니아 국경 근처의 벽지다. 세네갈 정부가 정한‘어린이 생존캠페인 기간(Child Survival Days)’ 을 맞아 이 마을의 5세 미만 어린이와 최근 아기를 낳은 엄마들은 모두 비타민 A캡슐과 구충제, 그리고 살충 처리된 모기장을 지급받았다. (↖이미지 ⓒ UNICEF/HQ/Christine Neshitt)

말라리아는 세네갈에서 어린이 사망원인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병이다. 말라리아에 걸렸던 아이들은 살아 남는다 하더라도 성장하면서 여러 장애를 갖게 될 위험이 높다. 임산부에게도 말라리아는 빈혈과 유산의 주요 원인이 된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 공인된 병원을 찾는 환자의 50%와 보건소 내원자의 30~50%가 말라리아 감염자다. 마탐지역도 마찬가지다. 세네갈에서 말라리아는 6월부터 10월까지 우기 동안 가장 흔히 발생하는 질병으로 국가 전체에 퍼져 있기 때문에 세네갈 정부와 유니세프 등의 협력기관들은 모기장 사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이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모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살충처리된 모기장 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

이틀 전 도웅가 우로 알파 초등학교 교사들은 어린이들에게 특별수업을 통해 말라리아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예방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리곤 모든 학생들에게 특별한 숙제를 내 주었다. 숙제란 다름 아니라 집에서 쓰는 모기장을 일요일 아침에 학교로 모두 가져오는 것. 아이들은 새롭고 흥미로운 숙제를 받아들고 호기심에 차 집으로 갔다. 엘 하지 교사가 맡고 있는 6학년 학생들은 일요일에 한 명도 빠짐없이 학교에 왔다. 아이들이 모두 모기장을 가져온 것을 확인한 엘 하지 교사는 아이들을 교실 앞에 가지런히 한 줄로 세웠다.
“지금부터 맨 앞줄부터 한 명씩만 교실 안으로 들어가는 거다. 한 명이 나오면 또 한 명이 들어가는 거야. 교실에 들어간 학생은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살펴야 해.”
아이들은 모두“네”라고 힘차게 대답했다. 맨 앞에 선 친구가 교실로 들어가자 바깥에 선 아이들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궁금하다는 듯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교실 안에는 모기장에 살충처리를 하기 위해 3명의 자원봉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작업은 먼저 모기장을 깨끗이 씻고, 살충처리를 하고, 살충처리된 모기장을 바닥에 펼쳐놓은 뒤 말리는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런 식으로 6개월에 한 번 살충처리를 하면 모기장은 일반모기장보다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데 몇 배 더 효과적인 보호막이 된다. 모기에 물리는 것을 막아줄 뿐 아니라 모기장에 접촉한 모기들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열 한 살난 마리야마의 느낌은 특별했다. 어린 남동생이 얼마 전 말라리아에 걸려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마리야마는 자신의 가족에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모기장에 살충처리하는 작업을 꼼꼼하게 지켜 보았다. 말라리아 예방을 위한 특별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은 말라리아로부터 가족을 보호해 줄 살충모기장을 소증하게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살충처리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에 아이들 모두 손에 든 모기장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모기장을 들고 학교에 온 세네갈 마탐지역 여학생들 ⓒ UNICEF/Senegal/Nisha Bakker

이 모기장을 전국적으로 사용하면 말라리아 감염률은 50% 낮아지고, 말라리아로 인한 어린이 사망률은 20%까지 낮아질 수 있다. 어린이 생존캠페인 기간 동안 마탐지역에서는 62,951개의 모기장이 살충처리되었다. 모기장 한 개에 살충처리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은 70센트에 불과하다. 살충처리 비용 외에 46,000불이 재료수송과 모기장 처리를 맡은 보건기관 운영비, 비타민 A 공급, 구충제 지급 등에 쓰였다.

유니세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살충처리 모기장을 보급하고 있는 기구로 2006년에 2,400만 장이 넘는 살충처리 모기장을 보급했다.
“동생이 죽었을 때 느낀 충격과 슬픔을 저는 기억해요. 하지만 저는 말라리아에 걸려본 적이 없으니까 행복한 거죠. 이제 가족 모두가 이 모기장 안에서 잘 거니까 절대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그렇게 말하는 마리야마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니샤 바커/유니세프세네갈사무소 프로젝트 담당

'Diary >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햇살에게 맡기다  (0) 2007.10.01
초연의 법칙  (0) 2007.10.01
부자가 될 권리  (0) 2007.09.20
부자를 소망하는 그대에게  (0) 2007.09.20
아버지 참여수업과 강화도  (0) 2007.09.1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