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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Diary

바람 부는 거리에 서 보라

미소띠움 2007. 11. 16. 15:41


찬바람 부는
만추의 거리에 서 보라.
가을은 떠나지 못하는 자들을
위로하는 바람의 계절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그냥 낯익은 네거리에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해도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풀어헤치고
마음을 훨훨 날아가게 한다.

휑하니 바람이 불어대는
만추의 거리에 호올로 나서보라.
가을은 바람처럼 떠돌고 싶어도
제자리에 머물러야 하는 이들을 위해
대신 떠나는 비움의 계절이다.

여름내 진초록으로
단단히 무장했던 잎사귀들이
하나둘 작별의 인사 팔랑이며 떠난다.
떠나기 위해 그들은 비로소
빨갛고 노란 속마음을 드러낸다.

바람 부는 만추의 거리에 서면
누구나 바람이 될 수 있다.
누구나 가을이 될 수 있다.
누구나 하나의 낙엽이 되어
빈 손짓으로 훨훨 떠날 수 있다.
누구나 맘껏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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