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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으로 살아가기

미소띠움 2008. 12. 18. 15:22


소설을 읽다가 만난 한 대목을 정리해서 보내드립니다.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 삶을 살아간다는 것의 본질적인 부분을 묘사한 글입니다.

"어머니!"
"왜, 그러니, 호머?"
어젯밤 집으로 왔을 때 제가 어머니한테 얘기를 하지 않았던 까닭은 어머니 말씀 그대로였어요. 저는 얘기를 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어젯밤 집으로 오던 길에 갑자기 울기 시작했어요.
어머니도 잘 아시지만, 전 어렸을 때나 학교에서 곤경을 당해도 절대로 울지 않았어요.
우는 것을 항상 부끄럽게 생각했으니까요. ...

학교로 가는 길에 저는 초저녁에 몇 사람이 파티를 열고 있었던 집을 다시 지나갔어요. 그땐 그 집이 캄캄하더군요. 전 그 사람들에게 전보를 전해주었어요.(날에 전보 배달원이었던 소년 호머는 전사통지서를 전하였다.)
그게 무슨 종류의 전보인지는 어머니도 아실 거예요.
그런 다음에 저는 시내로 돌아가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하나같이 사람들로 가득하고 지금까지 제가 줄곧 보아온 온갖 건물들과 온간 곳들, 모든 것을 둘러보았어요.
그리고 마침내 저는 정말로 이타카(소년이 사는 고향 마을)를 보게 되었고, 이타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정말로 알게 되었어요.
그들 모두가 불쌍하게 여겨졌고, 심지어는 그들에게 아무 일도 없게 해달라는 기도까지 드렸어요. 그 다음에 전 울음을 그쳤어요.

전 남자란 어른이 되면 절대로 울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지요.
나이를 먹어야만 사물을 터득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남자는 어른이 되면 울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는 잠깐 말을 멈추었다. 그의 목소리는 더욱 음울해졌다.
"인간이 깨닫게 되는 거의 모든 것은 나쁘거나 슬퍼요."
그는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지나 않을까 기다려보았지만 그녀는 얘기도 안 하고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로 일을 계속했다.
"왜 그런가요?"
그가 물었다.
여전히 등을 돌린 채로 매콜리 부인은 얘기를 시작했다.
"너도 깨닫게 될 거야. 아무도 나한테 설명할 수가 없는 일이지.
모든 인간은 저마다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에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단다."

"제가 왜 울었고, 울음을 그친 다음에는 왜 얘기를 할 수가 없었을까요?
왜 저는 어느 누구에게도 할 얘기가 전혀 없었을까요? 어머니에게나 저 자신에게 할 얘기가요?"
"연민, 내 생각엔 연민이 너로 하여금 울게 만들었을 것 같구나.
연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참된 인간이 아니지.
만일 세상의 고통을 보고도 울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절반만 인간이야.
그리고 세상에는 항상 고통이 존재하게 마련이야.
이 사실을 안다고 해서 인간이 꼭 절망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인간은 그가 겪은 일들로부터 고통을 몰아내려고 노력하지. 어리석은 인간은 자기 내면 이외의 고통은 의식하지도 못해.
그리고 불쌍하고 불우하고 사악한 인간은 고통이 점점 더 깊이 뿌리를 내리게 만들고, 어디를 가나 그 고통을 사방에 퍼뜨리지.... "

*출처: 윌리엄 사로얀(William Saroyan), <인간희극(The Human Cpmedy)>, pp,192-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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