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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의 페이스북 삽질

미소띠움 2010. 12. 15. 13:44

며칠전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에게 ‘근엄하게’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가르쳐주며, 개인정보를 함부로 제3자에게 제공하지 말도록, 그리고 서비스 가입 단계에서 가입자들에게 개인정보 처리 방법에 대한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요구하였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국내 매체에서는 잠시 보도되는둥 마는둥하고 치웠고, 저는 그저 구수한 개그, 해프닝 정도로 끝나는가 보다하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외국의 매체도 이 “사건”을 접하게 된 듯합니다. 예를 들어, http://www.theregister.co.uk/2010/12/10/korea_facebook_regulator/

그런데, 페이스북이 언제 개인정보를 유저의 동의 없이 “수집”한 적이 있나요? 한국의 사이트라면 회원 가입단계에서 주민번호부터 시작해서, 이름, 주소 등 온갖 개인정보를 요구하지만 페이스북 가입단계를 보시면 오로지 이메일 주소만이 요구될 뿐이고, 이름, 나이 등을 “실명”으로 입력하도록 요구하지를 아예 않습니다.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유저가 시도때도 없이 입력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한국과는 근본적으로 접근방법이 다릅니다. 페이스북 가입자는 이름을 홍길동으로 하건, 최시중으로 적건 아무 문제 없이 가입이 가능합니다. 청와대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두고 있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실명/주민번호를 입력할 일이 없었다는 것은 분명하지요. 이메일 주소로부터 본인을 추적할 수 있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이것 역시 국내 규제환경만을 염두에 둔 발상입니다. 외국 업체로부터 이메일 주소를 개설하는 경우, 실명/주민번호 따위를 입력하라는 괴상한 요구를 받지는 않습니다. 설사 이메일을 만들때 실명을 유저가 자발적으로 사용하더라도, 이메일 주소와 관련된 유저의 정보를 보호하는 일은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의 몫이지, 페이스북의 책임이 아닙니다. 페이스북은 그 이메일 주소를 가진자가 실제로 누구인지를 알수도 없고, 상관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페이스북 사용자의 다수는 “자발적”으로 실명을 적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할 이유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실명을 요구하지도 않는데 유저가 실명을 스스로 적는 마당에 무슨 “동의”를 또 받을 수 있겠습니까?

페이스북은, 여타의 국제적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유저의 이메일 주소를 사용한 추가적 네트워킹 가능성을 제공합니다(친구 찾기/recommend 등). 하지만 이 과정은 유저가 원하지 않으면 아예 실행되지도 않는 것입니다. 설계 칸셉트가 이런 마당에, 한국에서와 같이 회원가입시에 “동의” 칸에 체크를 해야만 한다는 웃기지도 않는 요구를 규제자가 하고 나서는 것은 한심할 따름입니다.

약관 동의? 아무도 약관을 읽어보지 않을 뿐 아니라, 설사 읽어본다 한들 동의 안하면 회원가입을 아예 못하게 해 둔 마당에 동의 칸에 “체크”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한국처럼 실명과 주민번호 입력을 서비스제공자가 반드시 요구하도록 규제자가 서비스제공자의 팔을 비틀어 강제하는 상황을 무조건 전제한 다음, 부동의할 가능성도 없이 제시되는 “동의” 칸에 클릭 한번 하게하면 개인정보 보호가 충실하게 될거라고 생각하는 방통위는 한마디로 민폐만을 끼치는 규제 집단, 국내 업계를 내리 누르는 짐(liability)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무지를 이해조차 못하면서 오만함과 고압적 자세를 세계 만방에 과시하는 이런 규제자가 버티고 있는 한,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가 한국에서 생겨날 가능성은 요원합니다. 중국, 싱가포르, 미얀마 같은 정부도 안하는 짓을 자랑스럽게 해대는 한국의 방통위는 국제무대에서 놀림감이 될 뿐 입니다. 위에 언급한 포스팅에서 한국 방통위 웹사이트에 게시된 위원장 나으리의 인사말씀(웃기는 영어버전)이 어떻게 묘사되는지 한번 보시지요.

Open Web 메일링 리스트(Posted: 11 Dec 2010 10:02 PM PST)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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