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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향기를 그대에게

미소띠움 2007. 5. 25. 14:50


고개를 돌리기만 해도
꽃들이 손 내밀며 반기던 봄날이
초여름 신록에게 살며시 자리를 물려주고 있습니다.
봄꽃들이 봄비에 흩날려 떨어지기를 기다려
아파트 담장에서는 붉디붉은 줄장미가 피어나고
그 사이에 새하얀 찔레꽃도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붉은 장미에게서는 붉디붉은 열정의 향기가
새하얀 찔레꽃에게서는 순백의 향내가 안겨듭니다.

이맘때쯤이면,
도시에서 자랐으나 외곽에 있는 학교를 다닌 덕분에
밀의 낟알을 손바닥으로 싹싹 비벼서 후 불어
껌을 씹듯이 씹던 새파란 기억이
나에게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고플 때 먹으면
아삭아삭하고 달콤하다는,
연하디연한 찔레순 속살의 맛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아카시아 향내와
손에 잡힐 듯 다가서는 찔레꽃 향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 오월의 한낮
나른한 졸음에 겨워 살포시 눈을 감으면
꿈결과도 같은 추억들이 되살아납니다.
찔레꽃 새하얀 향내 속에는
연하고도 달콤한 추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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