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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스 암스트롱, Live Strong

미소띠움 2007. 11. 6. 11:08


2003년, 3,500Km의 거리를 20구간으로 나누어 23일간 진행되는 죽음의 레이스가 마지막 결승점을 향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이미 임계점에 다다랐다.
뜨거운 태양은 전신을 짓눌렀고 심장은 이내 터질 듯했다.
중도 탈락자가 속출했고 세 명의 레이서가 목숨을 잃었다.
남은 거리는 9.5Km, 선두는 예상대로 1999년부터 내리 4연패를 기록 중인 랜스 암스트롱.
천재지변이 없는 한 5연패는 기정사실이었다.

바로 그때 스포츠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탄생한다.
한 소년의 가방 끈에 암스트롱의 사이클 핸들이 걸려 넘어져 버린 것.
사이클 황제의 비운 앞에 사람들도 숨이 멎는 듯했다.
시선은 곧 암스트롱의 뒤를 쫓던 얀 울리히에게 꽂혔다.
암스트롱의 철벽 앞에서 늘 좌절했던 만년 2인자 얀 울리히, 놀랍게도 그는 사이클을 멈추고 암스트롱이 일어서길 기다렸다.
결과는 41초차, 암스트롱의 우승이었다. 게다가 신은 이 놀라운 아름다움을 두 번 일으키는 기적을 연출했으니, 이듬해에는 얀 울리히가 넘어졌고 암스트롱이 기다렸다.

렌스 암스트롱의 투르 드 프랑스 7연패는 세계 스포츠 역사상 가장 극적인 기록 중 하나로 꼽힌다.
이때 '가장 극적인 기록'의 배경은 단연 그의 고환암 병력이었다.
불우하고 폭력적인 유년기를 보내고 독선적인 엘리트 선수로 성장한 그에게 암 선고는 '신의 장난'처럼 청천벽력이었다.
그는 살 수만 있다면 사이클을 못 타도 좋고 폐품 수집이라도 하겠다며 기도했다.
생사의 기로에서 선수 생명 운운하는 건 사치였다.
한쪽 고환을 떼어 냈고, 암세포가 퍼진 뇌의 일부를 도려냈다.
헌데 암이 바꿔 놓은 것은 그의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었으니, 천하의 게으름뱅이 엘리트가 암을 공부하고, 부끄러움과 겸손을 배우고 사랑을 체득하게 되었다.

3년간의 암 투병 후 1999년 투르 드 프랑스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사람들의 염려를 뒤로 하고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의지의 소유자인지를 증명했다.
투르 드 프랑스 7연패를 끝으로 은퇴한 그는 '랜스 암스트롱 재단'을 설립해 암 환자들을 돕고 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투르 드 프랑스 7연패의 소유자'라는 말보다 '암을 극복한 사람'이었다.
'Live Strong'이라고 새겨진 노란색 고무 팔찌, 그리고 그의 오랜 벗 사이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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