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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병실

미소띠움 2008. 5. 22. 15:02


한 달 전부터 눈앞에서 아른거리던 작은 점들이 끝내는 오른쪽 눈에 커튼을 드리웠다.

"안 좋은 상황이네요. 망막박리입니다. 지금이라도 어서 큰 병원 찾아가 수술을 받으세요."

동네병원 의사선생님의 말에 큰 병원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고 다음 날 급하게 수술을 마치고 나니, 망막이 잘 붙을 수 있도록 앞으로 퇴원할 때까지 엎드려 있으라고 한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생을 사는 동안 입원은 처음 해본 터라 환자로서의 삶이 어떨지 긴장도 되고, 소심한 성격에 타인과 함께 머무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왠걸~ 여섯 명의 환자복 입은 아저씨 중에 진짜 환자는 엎드린 채로 눈도 못 마주치고, 소심한 덕에 말 한마디 꺼낼 수 없는 나 자신뿐이었다.
요도에 튜브를 꽃고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아저씨도, 백내장 수술을 받아 커다란 안대를 착용한 아저씨도 그리고 대상풍진이라는 생소한 병명으로 다리를 절던 아저씨까지 말없이 고개를 숙인채로 자신의 병을 한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도리어 웃지 않는 나 자신이 이상할 정도로 밝은 곳이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웃을 이유가 있는 사람들~
충청도 아저씨는 돌아다니면 오줌색깔이 흐려지다가도 가만히 앉아있으면 맑아지니 그게 좋다고 웃으시고, 첨단기계를 벗 삼아 산책하러 다니는 아저씨는 매일 두 번의 회진에 자신을 쏙 빼놓은 의사들이 얄미울 만도 한데 농담으로 넘기시고,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항상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으니 그것이 좋다며 웃으시고, 백내장 수술한 분은 이제 눈이 잘 보이게 되어 좋다고 웃으시니 정말 병실이란 웃음이 끊이질 않는 곳이었다.
진짜 환자는 웃지 못하는 나 자신뿐이었다.
하루 종일 엎드려 있어야만 하니 답답해 함께 웃을 수 없었다고 변명을 하는 내가, 그들의 웃을을 깎아 먹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안 좋았다.
웃어야겠다!
웃음이 저 아픔 가득한 병실을 밝게 만들었던 것처럼 웃는다면 나의 삶도 조금은 지금보다 편해지지 않을까?

- 좋은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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