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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정신 사라진 올림픽 방송…"金중계에 소외받는 선수들"

미소띠움 2008. 8. 13. 13:17


[스포츠서울닷컴ㅣ김지혜기자] 지난 11일 4시 50분. 신영은 선수가 조정 싱글스컬 8강에 출전했다. 결과는 3조 6위. 24명중 19위로 힘겹게 준결승에 올랐다. 지난 12일 8시 15분 이옥성 선수가 복싱 플라이급 32강전을 벌였다. 결과는 9-8판정승.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미국의 러시 워런을 상대로 거둔 기분 좋은 승리였다.

267명.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국가대표선수다. 총 25개 종목에서 남자 160명, 여자 107명이 참가했다. 4년간 피땀흘려 준비한 올림픽. 하지만 애초 메달권에서 먼 선수들은 그 흔한(?) 방송 카메라에 그림자 한번 잡히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방송의 현실이다.

올림픽은 여전히 1등을 위한 잔치다. 물론 메달 색깔에 대한 국민의 의식은 많이 달라졌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방송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인기 종목으로 카메라를 돌리고, 메달권 선수에 포커스를 맞춘다.

올림픽 방송에는 올림픽 정신이 없다. 금메달 지상주의, 아니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져 비인기 종목에서 피땀 흘리는 수많은 선수들을 외면하고 있다. "은메달도 대단한 겁니다"라고 말하는 캐스터의 외침이 공허하게 들리는 까닭, 올림픽을 대하는 방송사의 두 얼굴을 짚었다.

◆ "이형택의 마지막 올림픽, 누가 지켜 봤을까?"

지상 최대의 스포츠 축제 올림픽. 시청자가 올림픽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각 방송사의 올림픽 중계방송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은 물론 세계적인 선수들의 놀라운 기량을 안방극장에서 생생히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 5일째, 방송 3사의 중계방송은 약속이나 한 듯 똑같다. 메달권 가능 종목에만 편중돼 있다. 게다가 금메달이라도 따면 수십번 재방송을 돌린다. '틀고 또 틀고'를 반복하고 있는 것. 다른 종목에 대한 중계는 뒷전으로 제쳐두고 금메달 재방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반면 메달권과 거리가 먼 선수들의 경기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올림픽 정신이 '참가'에 의의를 두고 있다면 방송은 오직 '승부'에만 집착하고 있는 꼴. 예를 들어 발목부상에도 마지막 참가 의지를 불태운 이형택의 올림픽 마지막 경기는 메달권이 멀다는 이유로 방송을 타지 못했다.

돈암동에 사는 직장인 김정민(26)씨는 "이형택 선수의 경기를 보기 위해 오후 3시부터 TV를 켰다. 그러나 한시간이 지나도 테니스 경기는 하지 않았고 5시가 되자 한국 남자 양궁 단체전 4강을 중계했다"며 "한국 테니스의 간판 스타인 이형택 선수의 은퇴 경기를 어떻게 아무도 중계하지 않을 수 있냐"고 분개했다.

◆ "메달 색깔 보고 달려드는 '金나방' 카메라!"

금메달 달성 여부에 따라 잽싸게 움직이는 카메라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1일 저녁 벌어진 유도 70kg 이하급 왕기춘 선수의 경기와 펜싱 플러레의 남현희 선수의 경기가 그랬다. 두 선수 모두 준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이 유력한 상태였다. 하지만 방송 3사는 순차중계를 하지 않고 이리저리 카메라를 돌려 금메달이 될 만한 순간만 골라 찍었다.

하계동에 살고 있는 서진열(31)씨는 "남현희 선수의 준결승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왕기춘 선수의 결승이 중계됐다. 당시 남현희 선수의 준결승은 이탈리아 선수와의 판정시비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한데 왕기춘 선수의 결승을 핑계로 남현희 선수의 긴박한 장면을 끊고 중계 카메라를 유도 경기장으로 돌려 맥을 끊어놨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금나방'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대를 모았던 왕기춘 선수가 13초만에 패하자 방송사들은 카메라를 다시 펜싱 경기장으로 돌린 것.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왕기춘의 한판패. 그러나 시청자들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 그 순간을 다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다. 물론 두 사람의 피땀어린 은메달 시상식 장면도 '정규방송' 관계로 전파를 못탔다.

◆ "소외된 선수를 위한 방송은 어디에도 없다!"

금메달 편애는 하이라이트 방송에도 이어진다. 방송 3사는 매일 밤 12시에서 새벽 2시까지 그날의 주요 경기 결과를 묶어 하이라이트 방송을 하고 있다. KBS는 12시 '베이징 올림픽 하이라이트'를, 새벽 1시에는 '베이징 24시'를 편성했고, MBC과 SBS역시 밤 12시 '니하오 베이징'과 '베이징 2008 하이라이트'를 각각 방송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올림픽 하이라이트가 아닌 금메달 하이라이트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의 방송이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 적어도 그날의 경기를 정리하는 시간이라면 메달 색깔에 차이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게 시청자들의 지적이다.

일산에 사는 박미영(28)씨는 "우승자에 초점을 맞추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하루를 결산하는 하이라이트 마저 금메달리스트 위주로 방송되다보니 아쉽다"면서 "중계방송이 국내 메달권 선수의 경기에 집중된다면 하이라이트는 중계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소외된 비메달권 선수들의 경기라도 소개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실제로 신영은 선수나 이옥성 선수 뿐 아니라 이태훈이나 윤철같은 요트 선수들의 경기결과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박씨는 "조정협회에 연락해 신영은 선수가 준결승에 진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금메달 장면을 끊임없이 재방송할 때 비인기 종목에 1분이라도 관심을 쏟으면 좋지 않냐"고 덧붙였다.

◆ "금메달 지상주의 부추기는 시청률 지상주의"

지난 7월 방송 3사는 올림픽 중요 경기를 순서에 따라 번갈아가며 중계하는 형태인 순차 방송에 대한 협의를 했다.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존중함과 동시에 과다경쟁을 막기 위한 강구책이었다. 그러나 순차방송은 유명무실했다. 야구와 축구 등의 경기에만 적용됐을 뿐 수영, 양궁, 유도, 레슬링과 같은 메달 효자종목은 예외 적용돼 시청자의 볼거리는 제한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사는 철저하게 경제적인 원리로 돌아가는 곳이다. 올림픽이라 할지라도 시청률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면서 수영, 유도, 양궁 등 금메달 효자종목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되는 종목만 골라 움직이는 건 당연하다는 주장이었다.

방송사의 상업논리가 올림픽 정신을 왜곡시킨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한 선수촌 관계자는 "종목에 관계없이 모든 선수들이 피와 땀을 흘린다. 시청률 지상주의로 인해 그들의 4년간 노력이 외면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올림픽은 스타를 위한 잔치가 아니다. 시청률 싸움은 결국 시청자의 불거리는 물론 한국 스포츠의 저변확대까지 막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진 = 스포츠서울21 DB, 방송사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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