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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한 방울의 미소

미소띠움 2008. 9. 2. 17:14

더위에 어떻게 잘 지내시는지요?
저는 아프리카의 난민 어린이와 전쟁 중인 나라들을 생각하며 '이얍' 기합을 넣어가며 버티고 있답니다.
며칠 전 한 잡지를 읽다가 좋은 글을 만났어요. 매달 회원님들께 편지를 보내는데 이번 달은 여러 말을 하는 것 보다 이 글을 나누는 것이 더 담백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로 뜨거운 여름 인사를 대신합니다.
약간 길지만 끝까지 꼭 읽어보세요. 엄청난 보화가 들어 있거든요.
이 여름에 님의 마음이 더 미소 짓기를 바라며...^^


사모아에서 그 일이 있었지.
버스에서 운 적이 있거든. 슬퍼서가 아니었어.
좋아서 그랬어. 듣고 싶지, 내가 왜 울었는지?


사모아에서는 재미있게도 버스를 '심부름꾼'이라 불러. 마을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버스 운전사가 대신 해주기 때문이지. 마을에도 가게가 있지만 구멍가게 정도라서 거기 없는 것은 수도인 아피아까지 나가야 하는데, 그때 마을 사람들은 그 일을 버스 운전사에게 맡긴다고 해.
버스가 마을에 접어들 때는 부탁을 한 사람들이 물건을 받으려고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미리 알고 나오는 사람도 있지만 다 그런 건 아니야. 그런 집 물건은 나온 사람들에게 맡기는데, 서로 얼굴을 아는 사이들이라 때로는 이야기가 길어지는 일도 있어. 마치 운전을 해야 하는 것을 잊은 것처럼. 그래도 누구 하나 '빨리 가자'고 재촉을 하는 사람이 없어. 다들 태평하게 기다리지.
때로는 승객이 타려하면 달아나는 버스기사의 짓궂은 장난도 벌어지는데 버스를 타려는 사람이 화를 내느냐 하면 그렇지 않아. 운전사와 승객은 물론 그 사람도 큰 소리로 웃으며 그 장난을 즐기는 거야.
그렇게 하며 모두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그걸 보고 있는 나까지 나중에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니까! 아이가 따로 없었어.
버스에 노인이나 나이가 든 사람이 타면 젊은이들이 바로 일어나, 물론 그 정도야 별 것이 아니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니까. 놀라운 일은 그 뒤에 일어났어. 자리를 양보한 사람은 통로에 서는 것이 우리들의 상식인데 사모아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앉아 있는 사람의 무릎에 앉는 거 있지! 자기가 앉아도 크게 부담이 안 될 만한 사람의 무릎에 앉는 거지. 그런 일이 차가 출발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어. 통로 쪽이 다 차면 창 쪽까지 이어지며...
여자가 남자 무릎 위에 앉기도 했고, 삼중으로 앉는 경우도 있었어. 궁금하지. 내게도 누가 와 앉았는지?
내 무릎에는 한 초등학교 여학생이 와서 앉았어. 고맙게도 그 아이는 내가 외국인인 걸 꺼리지 않았어. 내 무릎에 앉아 금방 졸기 시작했거든. 곤히 잠을 자는 그 아이의 얼굴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 아주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어. 참으로 흐뭇했지.

더 이상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로 버스 안이 가득 찼을 때도 탈 사람이 있으면 승객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자리를 만들어 냈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하루에 버스가 세 차례밖에 안다니 거든. 어느 마을에선가는 갓 낳은 듯한 쌍둥이를 품에 안은 부인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어. 남편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저 사람들이 어떻게 버스를 탈 수 있을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만큼 버스 안은 사람들로 복잡했거든. 차가 멈춰 서자 젊은이 셋이 뛰어내리는 게 보였어. 그 가족을 태우고 다시 타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그 청년들이 남자의 가방을 받아 들고 버스로 가서 지붕에 줄로 묶어 놓았어. 물론 그들은 버스 안내원도 아니었고 조수도 아니었지.
그건 그렇고, 두 갓난아이들은 어떻게 됐을 것 같아?
아이를 안은 부인이 내 쪽으로 왔어. 어리둥절했지. 문은 앞쪽에 있었거든. 그때,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어. 그 부인이 창문을 통해 두 아이 가운데 한 아이를 내 뒤에 앉아 있던 처녀에게 넘겨주는 거야.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닌 듯싶었는데 말이야.
남은 한 아이는 안고 타는 것 같았는데, 사람에 가려 볼 수 없었어.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뒤였어. 뒤에서 자장가 소리가 들려왔어. 아이를 안고 있는 그 쳐녀였지. 돌아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 처녀는 활짝 웃으며 아이를 들어 보여주었어. 아이는 깊이 잠들어 있었어.
그리고 얼마 뒤였어. 앞쪽부터 사람들이 머리 위로 뭔가를 뒤로 넘기고 있었어. 기절할뻔했어. 남은 한 아이를 그렇게 하고 있었거든. 목표점은 내 앞에 앉은 한 할머니였나 봐. 그 할머니가 받아 안았어. 옆 사람이 얼른 자신의 윗옷을 벗어서 아이에게 덮어 주는 것도 보였어. 그 버스에는 창유리가 없었거든.
아이들의 아빠와 엄마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지. 그래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 모든 사람이 아이를 보살피고 있었으니까. 앞에 앉은 할머니는 오래 아이를 안고 있지는 못했어. 체력이 따라주지 못했나 봐. 얼마 뒤에는 아이를 다른 이에게 넘기고 고개를 끄덕이며 졸기 시작했어.
그렇게 아이는 여러 사람에 안겨 보호를 받았어. 그때였어.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둘러선 사람들에게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정말 그때 나는 그 광경 앞에서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때 알았지. 아, 이 나라 사람은 참 따뜻하구나. 따뜻함이란 참으로 좋은 것이로구나, 하고 말이야.

성바오로 인터넷 메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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