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띠움

북한의 인기직업은? 본문

Diary/Diary

북한의 인기직업은?

미소띠움 2009. 6. 14. 10:49


38년 동안 북한에서 러시아어 교수로 활동하였던 김현식 교수의 북한 이야기2를 보내드립니다.
북한의 실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북한에서 가장 선망 받는 직업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무역일꾼과 외교관이다.
무역일꾼과 외교관은 북한 사람들이 평생 만질 수 없는 달러는 만지고 그 달러로 외화상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외화상점은 평양시를 비롯해서 도 소재지마다 여러 곳이 있지만 평민들은 들어갈 수도 없다.

2. 그렇지만 무역일꾼과 외교관이 부럽다고 해서 아무나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역일꾼이다 외교관이 될 수 있는 길은 외골수로 한정되어 있다.
그런 직업을 가지려면 6년제 외국어학교를 마친 다음 평양외국어대학이나 김일성대학의 외국어학부를 졸업해야 한다.
그런데 6년제 외국어학교는 4년제 초등학교를 마쳐야만 들어갈 수 있는데 그런 학교는 평양시와 각 도 소재지에 하나씩밖에 없다.
그러니 시골출신들은 감히 들어갈 꿈도 꾸지 못하고 다행히 평양 시민이라 할지라도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워낙 인기가 좋은 터라 당 간부의 자식들이 벌떼같이 몰려들기 때문에 일반 사람은 들어갈 엄두도 못 낸다.

3. 서울이 오니 하루가 멀다 하고 부익부 빈익빈, 부의 세습, 학벌 세습이란 말이 뉴스에 등장하는 걸 보았다.
그 뉴스를 전하는 기자는 자본주의의 고질적인 병폐란 말로 리포트를 하는데 나는 그걸 보며 씁쓸하게 웃고 만다.
부익부 빈익빈, 부의 세습, 학벌 세습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을.

4. 평양외국어대학과 김일성대학의 외국어학부는 자기 학교의 교수들을 각 도의 외국어학교에 보내 입학생을 초보 선발한다.
이때 학부모들 간에 대단한 뇌물공세가 벌어진다.
어떻게든지 초보 선발에 뽑혀야만 하기 때문에 저마다 꿍쳐두었던 귀한 물건을 바치느라 큰 소동이 일어난다.

5. 외교관이나 무역일꾼 다음으로 인기 있는 직업은 요리사다.
북한에서 요리사가 되면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러니 전국에서 하나뿐인 평양요리전문학교에 입학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 대학의 교수들도 아이들을 평양요리전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별짓흘 다한다.

6. 요리사 못지않게 좋은 직업은 전기공이다.
흔한 말로 빽이 없으면 들어갈 수가 없다.
내가 가르친 제자가 평양전기전문학교의 로어 교원으로 있는데 입학시험 때만 되면 로어 성적을 올려달라고 갖다 바치는 뇌물로 집안이 가득 찰 정도다.
먹는 것이 부족한 북한에서 요리사는 언제나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다.
어쩌다 외국인이나 고급간부들의 연회에 불려 가면 남은 음식을 싸가지고 가서 식구들끼리 산해진미를 먹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러니 왠만해서는 요리사 사위나 요리사 며느리를 얻기가 쉽지 않다.

7. 북한에서 최고 인기 있는 직업은 모두 먹을 것을 풍부히 얻을 수 있는 일이다. 슬프고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이외에 또 인기가 좋은 학교는 원산에 있는 경제대학이다.
경제대학을 졸업하면 주로 백화점의 간부로 배치된다.

8. 또 한가지 인기 있는 직업은 의사다.
의사가 되면 남한처럼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지만 환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편히 살 수 있기 때문이다.

9. 그럼 북한에서 인기가 없는 대학은 어디일까.
그곳은 금속광산대학과 지질대학, 임산대학이다.
이 대학들은 먹을 것과 관련 없는 대학들인데다 졸업생들은 광산, 탄광, 산악지대에서 고되고 위험한 일을 하게 된다.

*출처: 김현식,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 김영사, pp.118-122.

'Diary >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황과 호황, 제대로 보기  (0) 2009.06.14
군중심리를 읽는 법  (0) 2009.06.14
남성에 대한 이해: 아담증후군  (0) 2009.06.14
눈물점  (0) 2009.05.29
행운이란 무엇인가?  (0) 2009.05.2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