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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띠움
문구점에 갔다. 얼굴을 지우는 지우개는 없더라. 연필을 지우는 지우개도 있고 색연필을 지우는 지우개도 있고 볼펜 글씨를 지우는 지우개도 있는데 너를 지우는 지우개는 없더라. 너와 내가 함께 한 사랑 여름날 뙤약볕에서 뜨겁던 사랑의 끝자락에서 그 아픈 흔적을 말끔히 지우는 지우개는 어디에도 없더라. 철없는 바람이 외롭다며 주인 잃은 내 마음을 파고드는 혼자만의 가을 산책길에서 바람을 지우듯이 너를 지운다. 너와 내가 함께 한 사랑 그 아픈 흔적을 지운다. 너를 지우며 너에게 묻는다. 진짜 우리가 했던 게 사랑이라는 거 맞니? 사랑을 지우며 사랑에게 묻는다. 사랑을 지우는 지우개는 왜 이리도 아프고 쓰라린 거니?
계절도 사랑 같아요. 어쩜 그렇게 싸악 얼굴 바꾸고 돌아서는지... 언제 뜨겁게 사랑했던 적이 있냐고 우리가 했던 게 사랑이라는 거 맞느냐고 그토록 쌀쌀맞은 뒷모습을 보이는지. 계절도 인생 같아요. 겅중겅중 건너뛰는 법이 없거든요. 밟고 가야 할 발자국 하나씩을 또박또박 밟으며 걸어가듯이 내릴 비 내릴 만큼 내려야 하고 거친 바람 불 만큼 불어야 하고 뜨거울 만큼 뜨거워야 하고 그런 후에야 비로소 하나의 계절을 거두어들어기든요. 계절도 핑그르르 돌아서는 우리들 마음 같아요. 창문을 활짝 열라고 했다가 또 닫으라고 하거든요. 닫아둔 창문 밖에서 우수수 바람소리도 내고 닫아건 창문 밖에서 나직한 울음소리도 내거든요.
꿈을 꿀 수 있을 때 많이 꾸어라 세상의 현실은 그대를 차가운 존재로 만들 것이니 사랑할 수 있을 때 많이 사랑하라 사람들이 그대를 불신하게 만들 것이니 모든 걸 느껴 보아라 바람이 불면 시원하다고 느낄 것이며, 비가 내리면 촉촉하다고 느낄 것이며, 해가 뜨면 이 세상에 살아 있음을 느낄 것이다 힘들어도 피하지 마라 그것들은 너에게 결심을 갖게 해 주고 투지를 갖게 해 줄 것이니 사랑은 때로 나도 모르게 찾아오니, 언제나 맞을 준비를 하여 놓치고 후회 않도록 하자 행복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니 행복을 기다리지 말고 네가 먼저 다가가 행복과 친해져라 이 모든 것들이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충고이자 사랑이다
사랑은 하염없이 흐르는 강물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또한 사랑은 설렘과도 같은 흔들림이라는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때로는 꽃이파리의 잔잔한 흔들림으로 다가서고 때로는 거친 파도 같은 뒤엉킴으로 내 모든 것을 흔들어대는 설렘과 흔들림이 사랑의 기본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그대 손짓 하나에 풀잎을 스치는 실바람처럼 설레고 그대 눈짓 하나로 강물 위를 떠도는 저녁바람 같은 떨림이다가 그대 말 한 마디로 인하여 폭풍처럼 으스러지기도 하는 사랑은 흔들림인 거죠. 늘 처음처럼 설레는 것은 아니지만 열정으로 매순간 흔들리는 것도 물론 아니지만 잔잔할 때도 흔들림 아쉬운 여운을 남기며 잦아들 때도 흔들림...
마음에 없는 말로 상처주지 말고 작은 실수에 토라지지 말고 여린 갈대처럼 흔들리지 말고 그 사람에게 처음 주던 사랑을 항상 기억해요. 한시도 그 사람 슬퍼 보이지 않게 곁에 없을 때도 혼자라 느끼지 않게 언제까지나 둘만의 믿음 잃지 않게 함께하던 따스함을 늘 간직해요. 때론 눈물 나고 가슴 아플 때 있겠지만요. 사랑하고 있다는 건 그래서 사랑인걸요. 눈물로 지켜내지않는 사랑은 세상에 없거든요. 이제껏 흘린 눈물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한대도 가슴에 꼭 안아주고픈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처음 받던 사랑을 잊지 말아요
오늘... 퇴근 후 오랜만에 용진이와 낙성대서 참치와 함께 술을 마셨다. 낙성대... 항상 나의 주위를 맴도는 낙성대... 이곳에와서 좋은 기억이라곤 우리 지후가 태어났다는 것 밖에 없는데 잊을 수, 아니 떠날 수 없는 이곳 낙성대. 내일은 내가 아니 우리가 이혼 서류를 접수하는 날이다. 기분? 더럽다. 아니 지후때문에 넘 슬프다. 과연 이런 기분을 지후엄마라는 사람은 느낄까? 느끼겠지...그렇게라도 생각을 해야지... 이혼... 정말 이게 현실로 다가왔구나. 불쌍한 우리 지후. 너무나 정말 너무나 이뿐 우리 지후. 지후야... 정말 정말로 미안해. 이젠 이 아빠랑 정말 행복하게 웃으면서 살자꾸나. 아빤 지금 이 순간에도 너를 생각하면 눈물이난다. 앞으론 우리 지후 항상 웃을 수 있게 해줄께. 너의 그 ..
깊이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두려움도 큽니다. 잘하는 일일수록 불안도 더 많아집니다. 더 잘하고 싶고 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두려움과 불안을 낳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여리고 예민하여 지금의 만족이 커질수록 다음의 두려움도 커집니다. 이럴 때 우리는 겸손하게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런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같이 사랑에 안기기도 하고 잘하는 일에 마음껏 기뻐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온 힘을 다하고 나서는 자유로워져야 하고 부족함을 채우는 일에는 시간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나를 살리는 일이고, 나를 아름답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눈으로 보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하는 모습입니다. 같이 걷는 모습, 식사하는 모습, 뭐라고 이야기하는 모습, 마주보고 웃는 모습, 아이가 칭얼대는 모습까지 하나하나가 아름다움의 극치입니다. 아이의 마음, 그 여리고 부드럽고 맑고 섬세한 마음을 어머니는 조금도 놓치지 않습니다. 아이는 그런 어머니를 알고 바다에 빠지듯 마음껏 안깁니다. 길을 가다가 이런 모습이 보이면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바라봅니다. 그 안에 흐르는 사랑과 순수와 밝음과 따뜻함과 희망과 행복을 내 안으로 끌어들여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힘차게 기쁘게 길을 걷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