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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위기의 실상 2

미소띠움 2008. 11. 13. 17:47


1. 금융산업이 영원히 유리한 입지를 누릴 수 있는 이유는 그 산업이 자유시장에서 활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경쟁의 권역 밖에 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은... 높은 위험을 수용하기 때문에 높은 이익을 창출한다.
자유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는 곳에서는 고위험과 고수익이 대규모 손실을 주기적으로 발생시킴으로써 상쇄된다.
그러나 금융산업에서는 경영자와 주주에게 고수익이 발생하고 있지만. 손실의 상당 부분이 대개는 사회화된다.

2. 모기지은행인 컨트리와이드에 대해서 미국의 재무부장관인 폴슨은 위험한 모기지를 면세채권으로 2007년에 구제해 주었는데, 그게 아마 모기지은행의 손실을 사회화(socialized. 손실의 상당 부분이 타인들에게 전가된다는 의미로 쓰임) 시키는 첫 단계였을 것이다.
문제는 컨트리와이드와 유사한 사업을 하는 법인의 본질이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인가 아니면 공공기관인가 하는 점이다.
그 어느 누구도 동시에 두 가지 역할을 다 할 수는 없다.
정부가 예금보험을 통해서든, 연방정부의 다양한 대출창구를 통해서든, 아니면 '너무나 중요해서 차마 망하게 할 수 없는'기관을 구제할 목적으로 연방보험을 암묵적으로 제공하는,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고자 한다면 모기지은행의 위험 감수 행위는 엄격한 통제의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신중하고 위험 회피적인 공공기관 스타일의 은행이라면 신용과 대차대조표를 꼼꼼하게 따지는 아주 지적진 경영자가 필요한 것이지, 8단위의 급여를 챙겨가는, 분수를 망각한 도박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3. 지난 20여 년에 걸쳐 미국의 경제성장에서 금융산업이 발휘한 극도의 영향력이야말로 현재의 금융위기에서 수많은 사태를 전개시킨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은행과 투자은행이 통합하여 금융시장의 초대형 참여자로 등장하면서 천문학적 연봉을 받는 임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급여 피라미드의 상층부를 현금소득을 집중시키는 추세를 낳기도 했지만, 동시에 월스트리트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시키기도 했다.
자본이득과 배당에 대한 세금이 지속적으로 인하된 것과 사모투자펀드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세제혜택이 유지되는 것만 보아도 월스트리트가 정치권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충분히 알 수 있다.

4. 금융산업의 힘은 최근에 금융 레버리지가 놀라울 정도로 증가한 데에도 틀림없이 일조했다.

5. 보수파든 진보파든 어느 한 쪽이 지나치게 오래 세력을 잡으면, 그 밑바닥에 감추어져 있던, 자신의 세력을 더욱 추구하는 요소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정치 사이클의 한 차례 바뀐다.
나는 1980년대의 경제와 통화 이론의 보수주의자들이 도입한 시장개혁과 규제개혁이야말로, 1980년대와 90년대에 이르는 동안 미국이 경제적 에너지와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그케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수파의 사고방식이 내재한 불쾌한 충동들이 급기야 자신을 드러내면서, 이 나라는 금융, 경제, 그리고 정치분야에서 도덕적 재앙을 맞이하게 되었다.
모든 징후들을 보건대, 우리는 1980년대 당시처럼 사이클의 대전환 국면에 놓여 있다.

6. 우리가 1979-82년에 그랬던 것처럼 현재의 문제들을 정정당당하게 인정하고 다가오는 몇 년 동안 노력한다면, 사이클의 전환기에 우리에게 남겨진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들을 비로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7.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은행을 대상으로 시작해야 한다.
높은 레버리지를 구사하는 투자회사에 대한 대출에는 추가적인 (벌칙) 자본을 부과해야 한다.
프라임브로커가 대차대조표를 공개하지 않는 헤지펀드에 대출을 해주는 것과 같은 터무니 없는 관행은 무조건 중단해야 한다. 대출자산을 언제든지 유동화할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는 모기지은행 같은 중계금융기관을 포함한 모든 대출금융기관에는 은행 수준의 최소요구자본 규모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찰스 R. 모리스, <미국은 왜 신용불량 국가가 되었을까?>, pp.21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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