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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현세주의

미소띠움 2008. 11. 20. 16:33


철학자 탁석산 씨가 흥미로운 책을 펴냈습니다.
한국인의 특성을 정리한 책인데 한국인의 특성으로 현세주의, 인생주의 그리고 실용주의를 들고 있습니다.
우선 현세주의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사후세계는 없다.
이 세계가 이 세상의 전부이다.
내세가 있다는 종교적 믿음이 위안을 줄지는 몰라도 삶의 양식을 바꾸지는 못했다.
(편집자 주: 아마도 이 부분에 대해서 독실한 기독교인은 탁선산 씨와 다른 의견을 가질 것입니다.)
기독교가 지난 1세기 동안 한국에서 상당한 세를 불렸어도 과연 한국인의 삶의 양식을 바꾸었는가?
근본적인 변화는 서양의 삶의 양식을 따라간 것에서 비롯된 것이지 기독교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반론이 가능하다. 기독교는 그렇다고 쳐도 불교에서는 분명히 지옥을 상정하고 많은 사람들이 연기론을 믿고 있지 않는가. 전생에 죄를 지어서 지금 고통을 받고 있다든가 현세에서 적선을 하면 내세에서 복을 받는다는 것을 믿고 있는데, 어떻게 한국문화가 내세를 부정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그리고 주자학에 대해서도 똑같은 반론이 가능하다.
즉 제사를 지내지 않느냐는 것이다.
죽은 후의 세계를 믿지 않는다면 왜 제사를 지내는가.

2. 주자학은 귀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주자학에서는 저승이란 없다. 기와 이가 지배하는 우주이고 인간은 여전히 기와 이에 따르지만, 현세만이 존재할 뿐이다.

3. 불교는 근본적으로 현세주의적 성격을 띤다.
죽은 후의 세계에 대해 답을 하지 않는 것은 현재 눈에 보이는 세계가 전부라는 뜻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죽은 후의 세계에 대해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는 것이라면, 지금 눈으로 보는 세계가 전부라고 믿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지옥도 현세에 최선을 다하라는 자극으로 해석된다.
죄를 짓고 죽으면 다음 세계에 소로 태어난다고 말하는 것은 지금 착한 일을 하라는 권유를 극적으로 하는 것 뿐이다.
석가모니는 사후의 세계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다.
기독교처럼 죽은 후에는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원화된 세계관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4. 그렇다면 기독교는 어떠한가?
기독교는 부활을 믿지만 한국의 기독교는 부활못지 않게 성령에 의한 치유와 가정의 행복도 믿는다.

5. 이같이 한국에서는 종교라 할지라도 근본적으로 현세주의라고 할 수 있다.
하나뿐이 이 세계를 위해 천국도 지옥도 설정되는 것이고, 제사도 지내는 것이다. 저 세상이 없다는 것은 한국인의 삶의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아마도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6. 아파트 평수는 한국사람들의 성공의 척도다. 아이들도 서로 몇 평에 사느냐고 묻는다.
평수만이 관심사가 아니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도 중요하다. 강남에 사느냐, 강남에 산다면 어느 구의 어느 동인가, 같은 동이면 몇 동 몇 호인가까지 묻는다.
아파트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가치를 두는 현세주의의 특징을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7. 현세주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는 가치를 두지 않는다.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세계만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논의를 별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고교평준화를 시행했지만 눈에 보이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현세주의는 진정한 평준화를 용납하지 않는다.
명문고를 없앴지만 특목고가 그 자리를 대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그것은 이 세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만약 저 세계가 한국문화의 중심에 있다면 모든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평가될 것이다.
성형수술이 한국에서 인기있는 것도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현세주의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인격이나 능력은 포착하기 힘들다.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얼굴이나 몸매는 아무 생각 없이 보아도 한눈에 들어온다.

-출처: 탁석산,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pp.4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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