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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향기를 그대에게

고개를 돌리기만 해도 꽃들이 손 내밀며 반기던 봄날이 초여름 신록에게 살며시 자리를 물려주고 있습니다. 봄꽃들이 봄비에 흩날려 떨어지기를 기다려 아파트 담장에서는 붉디붉은 줄장미가 피어나고 그 사이에 새하얀 찔레꽃도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붉은 장미에게서는 붉디붉은 열정의 향기가 새하얀 찔레꽃에게서는 순백의 향내가 안겨듭니다. 이맘때쯤이면, 도시에서 자랐으나 외곽에 있는 학교를 다닌 덕분에 밀의 낟알을 손바닥으로 싹싹 비벼서 후 불어 껌을 씹듯이 씹던 새파란 기억이 나에게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고플 때 먹으면 아삭아삭하고 달콤하다는, 연하디연한 찔레순 속살의 맛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아카시아 향내와 손에 잡힐 듯 다가서는 찔레꽃 향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 오월의 한낮 나른한 ..

Diary/Diary 2007.05.25

행복의 원리

봄이 깊어갑니다. 꽃은 떨어졌고 잎은 짙어가며 열매들은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많은 나무 중에 어떤 나무도 때를 거슬리거나 욕심을 부리거나 불평을 하지 않습니다. 주어지는 하루하루를 새로워하며 온 힘을 다해 자랄 뿐입니다. 지난 겨울의 아픔은 어디에도 없고 다가올 가을의 슬픔도 모릅니다. 오직, 자기의 자리를 지키면서 무엇을 잃을까를 염려하기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만 찾고 있습니다. 행복이란 나무의 봄날 같습니다. 내게 있는 것 안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내게 없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돌려 지금 내게 있는 것에 감사하며 그것으로 내일을 만들어가는 기쁨입니다.

Diary/Diary 2007.05.24

배우는 자세를 연습하라

세계적인 첼리스트 피아티고르스키는 첫 연주회 때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당대 최고의 첼리스트인 파블로 카잘스가 맨 앞 좌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첫 연주회를 첼레스트의 일인자 앞에서 하려니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었다. 그러나 카잘스는 그의 연주가 끝나자 열렬히 박수를 쳤다. 자신을 비웃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 피아티고르스키는 도망치듯 연주회장을 빠져나왔다. 그 후로 그는 첫 연주회 때 느꼈던 창피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고, 결국 세계적인 첼리스트 반열에 오르게 됐다. 어느 날 피아티고르스키는 한 모임에서 카잘스와 마주쳤다. 그는 카잘스에게 "그때 내 연주가 엉망이었을 텐데 왜 그렇게 열렬히 박수를 쳤느냐"고 물었다. 카잘스의 대답은 간단했다. "당신은 ..

Diary/Diary 2007.05.23

아름다운 당신께 신록의 향기를 드립니다

이미 지고 없는 봄날의 꽃들이 애달픈 순정이라면 새록새록 연두에서 초록으로 짙어지는 오월의 신록은 풋내 나는 풋정입니다. 붉은병꽃나무 가지 가지마다 올망졸망 붉은병꽃들이 피어난 숲길에서 마음을 활짝 열고 신록의 향기를 담뿍 끌어안습니다. 신록아, 하고 외쳐 부르면 파릇한 대답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습니다. 청춘아, 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부르면 지난 청춘의 파란 날들이 바람개비처럼 팔랑대며 추억의 몸짓으로 되살아날 것만 같습니다. 오월의 신록이 저마다 손을 흔들어대는 푸르른 숲길에 서서 새파란 청춘의 날들을 돌아봅니다. 그렇군요. 지금 내 마음에 안겨드는 것은 눈부신 오월의 향기이고 파릇한 신록의 향기이며 새파란 청춘의 향기이기도 합니다. 함께 나누실래요? 신록의 향기와 손 내밀면 손끝으로부터 푸른 물이 ..

Diary/Diary 2007.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