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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from 최인호 - 1

1. 고 3인 아들이 동생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낯익은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할 때 낯익혔다고 해도 아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로 시험을 보면 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부를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그 말 한마디가 요즈음 내 마음 속에서 하나의 화두로 살아 움직이고 있다. 2. 나는 요즘 천천히 글을 쓰고 싶다. 이것은 요즈음의 인생을 설계하는 내 자신의 간절한 소망이다. 나는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써 내리는 글을 쓰고 싶다. ... 내가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마치 옛날의 스님들이 경판을 새길 때 한 자의 글을 새기고 절을 삼배 올리고, 한 권의 경전을 새기고 목욕재계하였던 것처럼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

Diary/Diary 2008.05.06

너에게 주지 못한 것

......문득 생각이 났어. 너에게 줄 게 있었는데 그걸 주지 못했어. 나중에 더 많이 줄 수 있을 거라고 느긋하게 생각했거든. 그런데 넌 기다려주지 않더라. 흐르는 물처럼, 날아가는 시간처럼 너도 그렇게 내 곁을 스쳐 지나가더라. 너에게 주려고 손을 내밀었을 때 넌 내 곁에 머물러 있지 않았어. 넌 이미 저만치 멀어져 내 손으로는 붙잡을 수 없었지. 네 이름을 외쳐 불러봤지만 너는 돌아보지 않더라. 내 소리가 작았던 것일까. 내 소리가 닿기에는 우리가 너무 많이 멀어져 버린 것일까. 너에게 주려던 것들이 참 많았어. 나중에 더 많이 주려고 아껴둔 것들이 너무 많았는데 그땐 몰랐거든. 나누어줄 무언가를 내가 이미 갖고 있다는 걸 몰랐어. 가진 게 더 많아져서 비로소 나누려고 손 내밀 땐 이미 늦는다는 ..

Diary/Diary 2008.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