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내가 고른 선물 910

철들지 못한 사랑

미안해, 내 사랑의 철없음을 사과할게. 당신에게는 사랑만 담아 보내고 싶었어. 고운 비단보자기에 사랑만 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나도 모르게 마음속 서운함도 살짝 묻혀 보낸 것 같아서 말이야. 말로는 수백 번도 더 사랑한다며 당신만 행복하면 된다고 중얼거렸지만 아니었나 봐.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당신의 답장에 토라져 서운해 하고 귓전에 울려오지 않는 당신 목소리에 나도 몰래 미운 투정을 하고 있어. 아낌없이 베푸는 사랑만 하자고 다짐하면서도 그게 아니었나 봐. 사랑하는 당신 마음을 송두리째 내 안에 가두고 싶은 철들지 못한 사랑이었어. 미안해, 내 사랑의 철없는 조바심을 사과할게. 기다려 주겠니? 따사로운 봄볕에 내 사랑이 철들고 푸르른 바람결 따라 내 사랑이 여물어지기를...

Diary/Diary 2008.05.09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멋진 기도문을 한편 보내 드립니다. 멋지게 나이가 들어가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큼 가치가 있는 글입니다. 물론 젊은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 늙어 버릴 것을 저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에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

Diary/Diary 2008.05.09

오늘은 칭찬하기

오늘은 쉬는 날이라 늦게 일어나도 되지만,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부모님을 깨우는 아이에게 '일찍 일어났구나!'라고 칭찬하기. 새 옷이라 놀이공원에 입고 가기엔 안 맞지만, 기어코 그 옷을 입겠다는 아이에게 '잘 어울리는데~최고로 멋져!'라고 칭찬하기. 평소 먹으면 안 된다고 했던 불량 식품이지만, 먹고 싶다고 사달라는 아이에게 '맛있겠는 걸, 아빠도 한 입 줘봐!'라고 칭찬하기. 금세 싫증 내서 버릴 장난감인 게 뻔하지만, 갖고 싶다고 조르는 아이에게 '이야~! 멋지다! 아빠랑 같이 해볼까?'라고 칭찬하기. 오늘 하루를 아이에게 다 쏟아 부으며 힘들었지만, '오늘이 가장 즐겁고 행복했다.'라는 아이의 한 마디에 '사랑한다'라고 말해주기.

Diary/Diary 2008.05.07

아름다운 당신께 드리는 오월의 편지

주변에 대해 자꾸 무거워지는 게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짐인 거라고 친구가 편지를 보냈습니다. 새 잎들에게 마른 풀들이 슬그머니 자리 비껴주고서는 하나씩 사그라들어 땅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어깨 너머 기쁨이라고 믿었던 것들과 가슴 가득 행복이라고 끌어안았던 것들도 그렇게 사라지는 거라고 친구가 중얼거립니다. 봄날의 마른 갈대들이 아직은 초록보다 더 드러나지만 얼마나 버티겠냐고 갈대숲을 헤치며 혼자서 산에 갔더니 빈산에는 비 대신 저녁놀이 내려서 좋더라고 친구가 흰 꽃처럼 웃고 있습니다. 맑은 오월의 초록바람 속에서 주변에 휩쓸리지 말고 편안하자고 모든 건 되는대로 그냥 두어보자고 이 길이 끝이 아니라 다른 길로 들어서는 갈림길이 되지 않겠느냐고 친구가 그럽니다.

Diary/Diary 2008.05.06

인생 조언 from 제임스 왓슨

이따금 앞서 살았던 인물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그 의미를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임스 왓슨 박사하면, 아마도 여러분은 DNA 분자구조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던 인물로 기억할 것입니다. 이 분의 교훈이 잘 정리한 글을 보내드립니다. 1. 선생님들 앞에서 무례하게 굴지 말것 2. 본받고 싶은 젊은 영웅을 찾을 것 ( 이 두 가지는 어린시절) 3. 대학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배우는 곳임을 알아둘 것 4. '왜'(아이디어)를 아는 것이 '무엇'(사실)을 아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할 것 5. 최고의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을 택할 것 6. 인기 있는 친구보다 똑똑한 친구를 찾을 것 7. 나를 지적으로 인정해 주는 교수를 만날 것 ( 이 다섯 가지는 대학 시절) 8. 일요일에도 일할 것 9. 자신을..

Diary/Diary 2008.05.06

산중일기 from 최인호 - 2

1. 젊었을 때는 수많은 선배들을 만났으며 또 친구들을 사귀었고, 나이가 들어서는 나를 형이라고 부르는 고마운 후배들을 사귈 수 있었다. 그러나 내게는 이상한 결백증이 있었다. 사람과 친해져서 하루라도 못 보면 못 살 것 같은 우정의 열정이 연애 감정처럼 솟구쳐 올라도 곧 마음 한구석에서는 부질없다, 부질없는 일이다. 하고 이를 부정하는 마음이 자리 잡곤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벗을 사귀고 또한 남에게 봉사한다. 오늘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그런 벗을 만나기 어렵다. 자신의 이익만을 아는 사람은 추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 26세로 요절한 일본의..

Diary/Diary 2008.05.06

산중일기 from 최인호 - 1

1. 고 3인 아들이 동생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낯익은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할 때 낯익혔다고 해도 아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로 시험을 보면 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부를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그 말 한마디가 요즈음 내 마음 속에서 하나의 화두로 살아 움직이고 있다. 2. 나는 요즘 천천히 글을 쓰고 싶다. 이것은 요즈음의 인생을 설계하는 내 자신의 간절한 소망이다. 나는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써 내리는 글을 쓰고 싶다. ... 내가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마치 옛날의 스님들이 경판을 새길 때 한 자의 글을 새기고 절을 삼배 올리고, 한 권의 경전을 새기고 목욕재계하였던 것처럼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

Diary/Diary 2008.05.06

너에게 주지 못한 것

......문득 생각이 났어. 너에게 줄 게 있었는데 그걸 주지 못했어. 나중에 더 많이 줄 수 있을 거라고 느긋하게 생각했거든. 그런데 넌 기다려주지 않더라. 흐르는 물처럼, 날아가는 시간처럼 너도 그렇게 내 곁을 스쳐 지나가더라. 너에게 주려고 손을 내밀었을 때 넌 내 곁에 머물러 있지 않았어. 넌 이미 저만치 멀어져 내 손으로는 붙잡을 수 없었지. 네 이름을 외쳐 불러봤지만 너는 돌아보지 않더라. 내 소리가 작았던 것일까. 내 소리가 닿기에는 우리가 너무 많이 멀어져 버린 것일까. 너에게 주려던 것들이 참 많았어. 나중에 더 많이 주려고 아껴둔 것들이 너무 많았는데 그땐 몰랐거든. 나누어줄 무언가를 내가 이미 갖고 있다는 걸 몰랐어. 가진 게 더 많아져서 비로소 나누려고 손 내밀 땐 이미 늦는다는 ..

Diary/Diary 2008.04.23